인터뷰 : 식물로 세상과 소통하다

영상 : [artE+EBS] 2019 EBS 아티스트: 식물세밀화가 신혜우 |식물, 그림을 만나다

<aside> 💡 작가님이 지금까지 해오신 작업 중 환경 이슈와 가장 밀접했던(또는 대표적인) 창작 또는 교육 활동은 무엇이 있었는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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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국제 컨퍼런스 IDCC(International Design Culture Conference) 강연을 소개하면 좋겠습니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자연과 디자인: 공존의 가치]였습니다.

전시나 강의 등 이전 활동에서는 대부분 생물학적 연구를 풀어내어 자연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환경 이슈를 다루지는 않았고, 대중이 자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경이로움과 존중하는 마음이 생겨 자연스레 환경 이슈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컨퍼런스의 경우 앞으로 활동할 많은 미술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수강자가 앞으로 자신의 작업을 펼쳐 나갈 때 추상적이거나 감상적으로, 혹은 막연하게 자연을 다루지 않고 환경을 위한 진정한 방향성을 가지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로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그간 느끼고 생각한 것을 전달했습니다. 곧 공개 유튜브로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aside> 💡 답하신 작업을 진행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 작업을 통해 관람객/참여자들이 공감하길 바랐던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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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메시지가 있었는데 그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목적을 가지고 키우는 식물 외에 침략해 들어온 식물을 잡초라고 부릅니다. 번식률이 높고 자원을 독점하고, 제거하기 어려워 경멸적 단어로도 사용되는 잡초의 의미를 살펴보면 우리 인간과 닮은 것이 많습니다. 자연에서 한 종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현재 지구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얼마나 많은 자연을 소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랐습니다. 자연의 형상과 성향은 인간 중심적으로 단순하게 판단할 것이 아니며 우리 인간의 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다양한 학문과 연구처럼 노력이 필요합니다. 각 종도 인류와 같이 복잡한 형태, 생태, 진화의 역사가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천 만에서 많게는 일 억 종 정도로 추정되는 인간 외 다른 종에 대해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호기심을 가질 대상은 심해와 우주에만 있지 않습니다.

자연을 위하고자 하는 많은 작업의 이면에 그린워싱 (Greenwashing)이 있습니다. 그린워싱은 기업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며 환경을 다루는 다양한 개인, 단체에서 본인도 모르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물을 연구하는 식물학자에게서, 환경 이슈를 외치는 예술가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aside> 💡 환경 이슈와 밀접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부딪히는 내/외부적 어려움은 무엇이 있습니까? (예시: 사람들의 선입견, 작가 개인의 가치관 갈등, 활동을 위한 자원 부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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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연구하고 그리면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식물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사랑할 뿐 그 식물의 정확한 학명이 무엇이며, 원산지가 어디인지, 어떤 생태적 특징이 있는지, 그 종에 대한 근본적인 것을 알지 못합니다.

식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물어오지만 그 식물을 이해하고 공부하지 않는다면, 그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사랑하는 방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낭만적이고 막연한 정의를 들을 때면 식물을 포함한 모든 환경 이슈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이 물건, 도구, 자원, 소유, 소비와 연결되어 있는지 냉정하고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aside> 💡 최근 몇 년 동안 기후 위기 및 환경 이슈와 관련한 창작 활동/교육/워크숍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과 관련 활동들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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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현상이라 생각되나 그린워싱이거나 행동 없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인류의 노력에 대해 조금 회의적인 시각이라 결국 인간의 욕망이 있는 한 환경 이슈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인간의 입장에서 비극적이지만 결국 자연이 알아서 정화하고 해결하리라 생각합니다. 그에 따라 인류가 자연적으로 많이 감소할 것 같습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파괴적이고 슬픈 결론이나 자연의 입장에서는 좋은 결말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무섭고 미래가 희망적이길 바라지만 냉철하게 생각했을 때는 그렇습니다.

<aside> 💡 환경 이슈와 관련하여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창작 또는 예술 교육 활동이 있으십니까? 있다면 대략 어떤 내용(또는 방향)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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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분류학은 자연을 기록하는 기초과학 분야로 자연을 자원으로 인식하여 활용하고자 하는 학문과 출발점이 다릅니다. 연구 대상이 자연이기 때문에 환경 이슈에 대해 민감하고 궁극적으로 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자연과학자이지 환경운동가는 아닙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지속해 나갈 생각이며 그게 환경 이슈를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계속 식물을 연구하고 기록하며 대중이 자연을 쉽게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해 나갈 생각입니다.